제4차 ‘로잔대회’에 국고보조금 30억... 정당한가? 1회성 행사에▶ 기독교 행사를 지원하면서 정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2024년 제4차 로잔대회가 9월 22~28일, ‘서울-인천 2024’(Seoul-Inchon 2024)라는 명칭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주제는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이고, 아시아 교회와 한국로잔 측이 주최이다.
그런데 현대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로잔운동이 정부의 국고보조금 30억원을 받고 치러지게 된다. 더불어 참가비와 후원은 별도로 받고 있다. 국비를 받고 하는 사업은 국책사업 일환이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나 지역을 재조성하는 사업이나 순교 유적지 관리 보존, 기독문화개발을 위한 사업이라면 중앙 및 지방 정부 사업의 일환으로 국고보조를 받고 추진할 수 있지만, 로잔대회는 1회성 행사이다. 단회적 행사에 국비를 받으며 정부의 출연금 회계처리 및 세무 관리를 받아야 하는가 의문이다.
지난 12월, 국회를 통과한 문체부 예산자료에는 로잔대회 국고지원금이 종교문화활동지원(1131-300)에 편성되어 총 30억원이 지원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지원으로 인해 전년도 대비 개신교 지원 예산은 두 배 이상 증가(119%)하게 되었다. 2024년 개신교 종교문화행사에서 가장 큰 부분으로 편성된 정부 예산이다. 이를 보고 종교투명성센터 “금번 정부 예산안은 R&D예산의 대거 삭감으로 일찍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와중에 종교행사 예산이 증액된다면 결국 과학예산은 삭감하고 종교예산을 늘리는 모양새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과학은 포기하고 종교는 우대하는 정권이 되는 셈인지?”라고 문제제기를 하였다.
▲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도 종교문화행사지원-기독교... 로잔대회에 30억원 책정
그렇다면 왜 정부가 막대한 국고를 소모하며 이러한 1회성 행사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일까?
종교가 권력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는 쉽게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이익집단이 되어 있다. 때문에 정부나 정치가 이들의 요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독교 행사를 지원하면서 정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이해관계가 중첩되면 유착이 형성된다. 중요한 것은 신앙은 정치의 힘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의 힘을 빌어 행사를 진행한다면 그 이후 정부가 원하는 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로잔운동이 태동한 첫 번째 이유는 공산주의의 확산 때문이었다. 1960년대 세계정세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이 당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은 최고조로 달하였다. 특히 중국이 1949년 공산화가 된 이후 공산주의는 아시아권에서 점차 확산되어 갔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가 공산화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서방의 식민주의 국가였던 이 나라들은 반서방주의를 표방하면서 서구 선교사들을 축출하였다. 자유로운 포교활동은 제한되었고 선교사의 신분으로 활동할 수 있는 나라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1910년 에든버러 세계선교사대회를 통해 세워진 세계선교운동의 조직체인 국제선교협의회 IMC가 1961년 WCC에 흡수되면서 세계선교의 비전과 열정은 사라져 버렸다. 당시 공산주의의 확대로 선교사들이 설 땅이 점차 좁아지게 되자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선교 열정을 회복하려는 모임을 갖길 소망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교회는 전쟁으로 인한 질병, 가난, 고아, 부의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이것은 서구 교회로 하여금 어떻게 선교할 것인지, 왜 선교를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장 현실에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WCC의 급진적 선교관을 수용하게 되었다.
마침내 1968년 웁살라 대회에서 선교는 인간화로 정의를 내렸고, 1973년 방콕 대회에서 WCC는 “구원이란 인권에 대한 정치적 억압에 항거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서 투장해온 것이다. 구원이란 개인의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절망에 항거하여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투장해온 것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이처럼 WCC 자유주의 신학의 급진적 선교관 확산은 복음주의자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대항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빌리그래함(Billy Graham) 목사가 WCC의 급진적 선교관에 대항하기 위하여 복음주의 선교대회를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한 것에서 비롯하여 로잔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제1차 로잔대회는 자유주의 진영의 선교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으로 선교 현장을 떠나는 선교사로 인하여 선교에 위기를 맞이하여 선교회복의 뜻을 같이 한 복음주의 진영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1910년 에든버러 선교대회처럼 세계복음화의 회복을 위하여 모였다. 1차 로자대회의 공헌은 세계복음화를 이루어 가는데 우선적인 것은 복음전도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책임이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복음의 총체적 측면을 회복한 일이다. 또한 미전도 종족 선교 전략을 제시했다.
문병호 교수는 WEA가 마련한 1974년 제1차 로잔회의가 채택한 로잔언약이 교회의 사회․문화․정치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것은 로마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회의와 이에 기민하게 반응한 WCC에 의해 조성된 당시의 조류에 편승한 결과였다고 평가한다. 제2차 로잔대회는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됐다. 이때 복음주의 선교 신앙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차 로잔대회 주 강사를 신사도운동 창시자 피터 와그너로 한 것과 신사도운동가들 5명을 강사로 세운 것이다. 피터 와그너는 그의 책, 「신사도적 교회로의 변화」, 129~130에서, “제2차 로잔회의라는 전 세계에서 4,500명의 지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1989년에 마닐라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서 적어도 다섯 명의 연사들이 다른 참석자들 대부분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서 강의를 했다.
그 주제는 ‘지역의 영들’(territorial spirits)이었다. 나도 그 다섯 명의 연사들 중의 하나였다.” “우리는 교회가 바울이 말하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 대한 싸움”(엡 6:12)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러한 “공중전”이 전 세계의 미전도 종족들에게 나아가 사역하는 전도자들, 교회 개척자들, 그리고 목사들이 수행할 지상전의 길을 닦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연사들 중 일부는 사탄이 특정한 지리적인 영역들을 영적인 어두움에 가두어 놓기 위해 그 지역들을 영적으로 관할하는 일을 위임한 마귀적인 정사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다니엘서에 나오는 바사군과 헬라군(단 10:20)이라는 이름의 영들이 오늘 날 역사하는 지역의 영들의 원형으로 볼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악한 정사들은 특정한 지역에서의 전도사역의 주된 방해 요인임이 판명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제2차 로잔회의에서 적어도 5명의 연사들이 지역귀신에 의한 영적도해를 발표하였던 것이며, 1989년 제2차 로잔회의 다음해 1990년에 피터와그너는 그들을 중심으로 영적도해 그룹의 모임을 시작하게 된다. 그 인물들이 루이스 부쉬, 데니빗 버렛, 조지 오스틴, 존 도우슨(하나님을 위하여 도시를 점령하라), 신디제이콥스, 피터와그너(지역사회에서 마귀의 진을 헐라), 밥 베켓(영적도해, 지역을 바꾸는 기도) 등이다. 이들 모두 영적도해를 주장한 자들이다. 그리고 피터와그너는 그의 책, 「기도는 전투다」, p.183에서, “악령들의 이름을 밝히는 것과 깊이 연관된 기독교의 연구조사와 사역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영역은 “영적도해”(spiritual mapping)이다. 이 분야의 발전과 사역의 주도적 인물은 남부침례 외국선교회의 데니빗 버렛과 A.D.2000년 운동의 루이스 부쉬, 파수대의 조오지 오티스 2세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한국로잔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2차 로잔대회의 10/40창(window)-10/40창이라 불린 이 개념은 수많은 선교 단체들과 교회들이 위도 10도에서 40도 사이에 존재하는 북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아시아 지역들에 사역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인터콥도 로잔언약에 기초한 신앙고백을 가지고 사역하는 초교파적인 선교단체로서 루이스 부쉬의 10/40창의 최전방 미전도종족 개척선교를 하는 BTJ 비전 성취 프론티어의 전위부대라고 소개한다. 중국에서 진행된 백투예루살렘 사역을 함께 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 사역은 이단으로 규정된 중생파 출신인 쉬융쩌(徐永澤)와 윈형제(본명 리우전잉(劉振營))가 주도했다. 그래서 10/40창 지역 선교운동, 미전도종족선교, 백투예루살렘(1930년대에 중국교회에서 시작한 운동으로 중국에서 예루살렘까지 펼쳐 있는 이슬람권에 복음을 전하자는 이슬람 선교운동)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비전스쿨, BTJ스쿨, MLS(Mission Leadership School) 등 훈련과정을 두고 있다. 로잔대회에서 외쳐졌던 신사도운동들 중 이단으로 규정된 인터콥에서 이용하는 부분들은 바로 지역귀신, 지역영, 영적도해, 10/40창, 백투예루살렘운동 등이다.
제3차 로잔대회는 로잔위원회와 세계복음연맹(WEA)의 공동 주최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되었다. 이때는 로마가톨릭과 정교회, WCC 등에서도 1천여 명이 초청되어 기구가 아닌 로잔언약에 동의하고 세계복음화에 헌신하는 이들의 국제공동체로서의 로잔운동의 특성이 가능하게 한 일이었다고 했다. 이 대회에서는 선교회 사회적 책임이 더욱 더 강화되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에 저항하여 공의를 구현하는 것과 생태학적인 관심과 보살핌을 다하는 것도 선교의 사명이라는 내용들이 강조되었으며, 타종교를 용납하고 회심을 강요하지 말 것이 강조되었다. 전도와 사회참여 둘 가운데 무엇이 먼저냐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존 스토트는 사회적 책임이 수반되는 복음전도만이 온전한 복음이며, 사회적 책임 없는 복음전도를 반쪽짜리 복음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 대회에서는 18세 탈북 소녀가 북한의 기독교 실상에 관해 증언해 주목을 받았다. 이 소녀는 북한에서 선교활동 중 체포돼 공개 처형된 아버지의 아픔을 전하며 북한에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즈’는 수년째 북한을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미 국무부의 연례 인권보고서 역시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미국 국제방송처(U.S. Agency for Global Media) 산하 기관인 VOA(voakorea.com)에서 전하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과거 로잔대회는 WCC 자유주의 신학조류와 더불어 신사도운동 연루, 그리고 민속학에서나 나오는 지역 수호신의 개념을 받아들여 (지역 영) 축귀 실천을 독려한 이들을 강사로 세운 일 뿐만 아니라 민감한 정치적 이슈까지 다뤄졌던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모든 부분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으며 전철을 밟고 있다.
78년 분단의 역사로 말미암아 이념논쟁, 사상논쟁, 색깔논쟁으로 서로 끊임없이 분열하고 갈등하고 있다. 이에 일부 몰지각한 교회와 연합체들은 정치 나부랭이로 전락하여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병든 교회가 병든 사회를 낳고, 병든 사회가 병든 돌연변이 교회를 탄생시키고 있다.
팬데믹 이후, 세계는 더욱 자국 우선주의, 민족주의, 국수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분단국가인 한국은 이때 사상과 이념논쟁,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추후 개최될 로잔대회 또한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미·중 간 패권대립 속에 사이비종교도 정치이익에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선교분야에서 만큼은 이념논쟁의 덫에 빠지기보다 화해자의 역할을 고심해야 할 터인데 정부의 국비받고 하는 행사라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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